연말이 되고, 날도 춥고 센치해지니 제가 경험한 목표 달성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약 20년전 저는 보건 계열 대학을 다니면서 뮤지션을 꿈꾸던 학생이었습니다. 대학을 보내준 것만으로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꼈기에, 차마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은 못했고, 용돈을 받지 않기 위해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대학 1학년을 마친 후 군대를 다녀오고 재택 아르바이트를 겸하면서 대학생 신분으로 월 100만원 가까이 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제 용돈을 하며, 작지만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음악 장비도 사고 연애도 즐겼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왜그랬나 싶을 정도로 혼자 다 해내려 했었습니다. 전공과 다른 음악에 관한 꿈을 품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던것 같습니다.
아마도 자유에대한 갈증이 남들보다 유독 강했던 것 같습니다. 용돈을 받으면 거기에 맞는 의무가 생긴 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았었습니다.
용돈을 받으면 허툰데 쓰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돈 벌어서 허투루 쓰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음악을 하는데 돈을 쓰는 걸 허툰데 쓴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와중에 연애도 열심히 한 거 보면 뭔가 다 가지고 싶었던 철없는 모습이었습니다만,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웃으면서 회상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과정
부모님께 고마웠으면 주 전공을 열심히 공부했어야되는데...아이러니하게도 해부학 책 보다 화성학 책을 더 많이 봤던 거 같습니다. 제가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 정도가 전부였고,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프로그램이 고도 성장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저는 음대를 나오지 않아도 앨범을 제작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었습니다. 물론 음악의 퀄리티를 높이기위해 녹음실과 믹싱, 마스터링 스튜디오는 거쳐야 했지만 말입니다.
음악을 한다는건 생각보다 다룰게 많은 일입니다. 음원 제작부터 유통까지 홀로 모두 소화하려 했으니 배워야 할 관련 지식이 매우 방대했습니다.
작사, 작곡, 편곡, 미디 시퀀싱, 녹음, 믹스, 마스터링, 커버 제작, CD 프레싱, 유통, 정산,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단순하게 나열해도 이 정도이고, 목록 하나하나 깊이 있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니 모든 걸 혼자 다 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지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합니다.
대략 이 시기 때부터 저는 책의 유용성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지금 같으면 음악 학원이나 개인 레슨을 받아서 시간을 절약하고 시행착오를 줄였겠지만, 돈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걸 몸으로 때우려 했었습니다. 이 부분은 시간의 가용성을 고려하지 못한 저의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젊음이 카바쳐 줬습니다.
돈이 없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자원은 책과 사람 뿐 이었습니다. 인맥도 없고 돈도 없던 저는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사는 돈도 부담이 돼서, 도서관에 있는 음악 관련 책을 모두 읽을 기세로 책을 빌렸습니다. 그때 제 목표는 단하나였습니다. "홈 레코딩으로 명반을 발매하자"
국립도서관이 집에서 도보로 40분 거리에 있었지만, 거의 매일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익혀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양질의 정보가 다양하게 담겨있었습니다.
어느정도 지식이 채워졌을 때 부터는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 저보다 좋은 기술을 갖고, 음반 발매 경험이 있는 동료나 선생님이 될 사람을 말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
26살 집에서 나와 독립을 했을 때에도 같은 행동을 수년간 반복했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다시 음악을 만들고를 반복했습니다. 그 와중에 취직도 하고 연애도 오래 하다 보니 기간이 늘어지기는 했지만 결국에 저는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물론 책만으로 음반을 제작할수는 없었습니다. 엔지니어 아카데미에서 단과 과정을 이수한 후 앨범을 스스로 발매할 수 있었습니다. 홈레코딩으로 명반을 발매하자는 목표에서 명반만 빼고 10여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작사, 작곡, 편곡, 믹스까지 제가 하고 믹스 검수와 마스터링을 저의 은사님 스튜디오에서 완성된 10 트랙 정규 앨범이었습니다. 모두 제손을 거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곡을 같이 만들어준 동료도 있었고, 앨범 디자인을 해준 친구도 있었습니다.
거창한 소속사도 없는 무명 뮤지션이었지만, 이례적으로 지니뮤직과 계약도 하고 사이트 메인에도 걸렸습니다. 뮤비도 찍고, 음반 CD를 제작하고 CD까지 발매했었습니다. 계약을 도와준 고마운 분도 있습니다.
CD 발매는 지니뮤직 측에서도 반대했고, 결국 재고가 엄청 쌓였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아직도 저희 아파트 베란다에는 씨디박스가...ㅠ)
지면 관계상 제가 겪은 과정을 모두 말할 수 없지만, 맨땅에서 목표를 이루기 까지 그 과정에서 저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방대한 책을 읽었었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재능도 없고, 정규 교육도 받지 않은 풋내기가 앨범을 내기까지 늘 곁에 있었던 건 책과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책을 읽지 않았고, 주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목표를 결코 이룰 수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비록 제 앨범은 명반의 대열에 끼지도 못했고, 돈을 성공의 기준으로 본다면 저는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한 반쪽짜리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지만, 하고싶은걸 다 해보고 느꼈습니다.
책과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 못 이룰 것이 없다고 말입니다. 지금은 음악을 할 때의 그 열정 이상으로 경제적 자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경험적으로 못 이룰 목표는 아니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책과 사람을 계속 곁에 두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집을지을 때 기본 골격을 세우고 외장재와 내장재를 붙여서 집을 완성하듯, 지식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 기본 틀이 되어주는 철근 같고, 사람은 집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감재와 같습니다.
기본 틀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채 마감재만 같다 붙이면 쉽게 무너질 것이며, 마감재는 없고 철근만 있다면 집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일은 지식으로 틀을 짜고 사람으로 달성됨'을 나이를 먹을수록 느낍니다. 이것이 제가 항상 책을 내려놓지 않고, 인연을 소중히 하는 이유입니다.
그게 비즈니스든, 꿈이든, 업적이든, 그 무엇이 되었건 책과 사람이 있으면 이룰 수 없는 게 없다고 믿습니다. 한권의 책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녹아있고, 그걸 흡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2021년을 회고할 겸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저의 도서관 대출 이력을 살펴보니 올해 94권의 책을 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출한 책중에 약 70% 정도는 읽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읽은 책중에 저에게 좋은 영감을 준 책을 선별해서 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올린 책이 대략 30권 정도됩니다.
직장인이 노동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책이 가진 힘을 알고 있기에 의식적으로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려고 애썼던 한해였습니다. 인풋이 많은만큼, 아웃풋의 일환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게된 한해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기틀을 쌓다보니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게되고, 조금씩 제가 연구한 것에 대해서 흥미를 갖는 사람들도 생기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만든 전략을 세상에 알릴 기회도 온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투동자 가계부 관련해서 서비스를 진행하느라 바쁜 한해를 보낼 것 같습니다. 챌린지 형식으로 가계부를 같이 써보는 투동자 가계부 프로젝트를 스타트업 회사와 계획 중 입니다.
가계부를 꾸준히 쓴다면, 평범한 직장인도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3년 간 써본 결과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와서, 확신에 차 있는 상태입니다.
내년에 바쁘더라도 저는 계속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주로 챌린지에 참여한 사람들과의 소통일 것입니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시너지를 얻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 거립니다.
투동자 분들도 항상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을 곁에 두시길 바랍니다. 저희와 같이 평범한 사람은 책과 사람을 곁에 두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입니다. 올해 한해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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