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전략을 구사할 때 두려운 것은 MDD(Max Drawdown)의 존재입니다. 이 포스팅은 MDD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특정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한다면 투자 수익률이 매년, 혹은 정해진 기간내에 평탄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전략을 백테스팅했을시에 CAGR 20%, MDD 40%가 나왔다면, CAGR 20%는 투자 기간 동안 총 수익을 계산해봤을 때 나온 수치이고, MDD는 그 투자 기간 동안 자산의 최대점에서 최대의 하락률이 얼마인지를 나타냅니다. 즉 MDD는 투자기간 중 내 자산의 가장 최저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최대 하락률만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연평균성장률(CAGR) 공식, 산술평균과 기하평균 이란?
연평균성장률(CAGR)은 매년 예금 이율 받듯이 따박 따박 정해진 수치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전략을 시도했을 때, 이번 연도에 손실을 봤다고 전략을 그만두면 안 됩니다. 전략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해야 손실을 보지 않습니다. 물론 그 전략이 논리적으로도 훌륭하고, 과거의 성과도 좋아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믿음이 생길 것입니다.
MDD를 알아야 하는 이유
전략의 MDD를 계산하는 이유는 전략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내가 감수해야 하는지 미리 알기 위함입니다. 학창 시절 잘못을 해서 선생님께 불려 갔을 때, 몇 대 맞을지 알고 맞는 거랑, 몇 대 맞을지 모르고 맞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네요..ㅎ)
MDD를 미리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인간인 이상 자산이 손실을 보는 중이라면 정리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칩니다. 손실을 보고 있는 계좌를 보고 있노라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투자자는 그 파란색 계좌를 정리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입니다. 이를 손실 회피 욕망이라고 하는데, 손실회피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진행 중인 전략의 MDD는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계좌 손실이 수익을 얻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난 멘탈이 강해서 높은 MDD도 견딜 수 있다!
퀀트를 어렴풋이 알지만, 자산의 손실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전략 운영 중 MDD 50%가 온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전략의 최종 결과는 CAGR 20%이니까, 너끈히 견딜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큰 착각입니다.
만약 자산을 모두 투입해서 투자하던 중 자산이 반토막 나버리면 "이거 전략이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 이제 주식은 끝난 거 아닐까?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잖아?"라는 온갖 잡생각이 들면서 두려움 때문에 전략을 계속 끌고 나갈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손실로 마무리하고 영영 투자 시장을 떠나게 되거나, 리밸런싱이나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할 타이밍인데 두려움 때문에 전략을 시행하지 않고 그냥 방치해두기 일쑤입니다.
물론 투자 자산이 1억 정도라면 MDD50%? 뭐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5천만원 정도 손실이지만 1년 연봉정도이니 공부한샘 치지 뭐.."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블로그에서 주장한대로 우리는 죽을때까지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약 10여년간 주식시장에 큰 위기가 없었고, 자산을 10억 정도 모았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경제위기가와서 -50% 하락을 때려 맞고 자산이 5억이 됐다고 생각해본다면.. 5억 손실을 공부한 샘 치자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투자하며 고생한 시간이 주마등화처럼 지나갈 것입니다.
이건 그나마 나은 케이스입니다. 오늘부터 전략을 실행한 투자 자산 10억을 갖은 투자자가 내일부터 1주일간 하락하여 MDD 50%를 때려 맞는다면? 과연 전략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투자를 이제 시작하는 분들은 금액이 적어서 MDD를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도 있겠지만, 복리 효과를 누리기위해서 몇 십년간 자산을 계속 투자해야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투자에서는 이런 심리적인 부분이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략에 대한 공부를 많이해서 믿음을 쌓아야하고, 높은 CAGR과 낮은 MDD를 달성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금 관리에 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견딜수 있는 MDD는 몇입니까?
자. 이제 자신이 견딜 수 있는 MDD는 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그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견딜수 있는 MDD는 몇일까? 내가 10억으로 투자를 하는데 마이너스 몇 퍼센트까지 견디는게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합당한 MDD는 20% 정도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심리적인 부분만이 아닌 전략적으로 봤을때도 -20%가 합리적은 MDD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100만원을 가지고 투자를 하였는데, -1% 하락했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럼 내 자산은 99만원이 남게됩니다. 99만원을 투자해서 1만원의 수익을 얻으려면 1.1%의 상승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100만원을 가지고 투자를 하였는데, -10% 하락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럼 내 자산은 90만원이 남게됩니다. 90만원을 투자해서 10만원의 수익을 얻으려면 11.1%의 상승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100만원을 가지고 투자를 하였는데 -50% 하락했다면 본전이 되기위해 100%의 상승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듯 손실을 크게 볼 수록, 투자할 수 잇는 시드가 줄어들기 때문에 손실이 커질수록 얻어야하는 이익은 기하 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만약 -90% 손실을 본다면 900%의 상승을 가져와야 본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손실율 대비 본전을 위한 상승율을 간단하게 정리한 표입니다.
자산 손실율 | 본전을 위한 상승율 |
-1% | 1.1% |
-5% | 5.26% |
-10% | 11% |
-15% | 17.6% |
-20% | 25% |
-25% | 33.3% |
-30% | 42.8% |
위의 표에서 보듯이 -15% 손실이후 본전을 찾기위한 퍼센트가 크게 높아지는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지고 있는 포지션을 매도하여 손실을 확정한 경우 뿐만이 아닙니다. 손실 확정하지 않고 포트폴리오 보유 중에도 어차피 현재 가격에서 상승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손실을 확정하던 안하던 MDD는 20%를 넘어가면 회복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MDD를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이제 이 포스팅의 주제를 말할 차례입니다. MDD를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말입니다.
정답은 투자금을 줄이는 것입니다. 다소 황당하신가요? 마켓타이밍이나, MDD가 낮고 수익률이 높은 전략을 기대하셨다면 애석하게도 그런것은 없습니다. 그건 지구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워렌버핏도 못합니다. 워렌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도 주주들에게 -50% 손실을 각오라하고 할 정도입니다. 참고로 버크셔해서웨이의 CAGR은 1965년 부터 약 20% 정도입니다.
투자금을 줄이라는 말이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엔 놀라운 원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투자금이 1억인 투자자가 CAGR 20%, MDD 40%의 전략을 수립할때, 2500만원만 투자한다면 전체 자산으로 봤을때는 CAGR 5%, MDD 10%의 전략을 운영하는것과 같습니다. 투자금이 1/4만 투자하니, 수익률도 MDD도 1/4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럼 나머지 7500만원을 다른 전략에 분산투자하여 (주식투자가 아닙니다. 왜냐면 주식투자는 깨질때 다같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투자한다면 낮은 MDD를 갖으면서 높은 CAGR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7500만원을 2% 예금 금리로 그냥 넣어놓겠다하면 1억 투자자산을 가지고 CAGR 5%+2%, MDD10%+0%의 전략을 구사한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여기서 투자금을 좀더 늘려서 내가 견딜수있는 MDD까지 높인다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차피 전략이 잘 들어 맞는다면 MDD가 높아도 상관없지 않나?
MDD라는건 갱신의 여지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에 배팅하는거라 제로로 수렴할 일이 없을까요? 세상에 절대라는것은 없습니다.
2020년 WTI 원유 선물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풍문에 의하면 "원유가 0원이 말이되?" 하면서 배팅을 했다가 100억을 날린 자산가도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저 역시 작년에 원유 ETF를 가지고 있었고 - 50%까지 봤습니다. 물론 이익을 보고 나오기는 했지만, 제가 -50%를 견딜수 있었던건 멘탈이 강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분산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원유가 공짜를 넘어서 돈을 주고 팔아야하는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근데 그런일은 일어났었고, 앞으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 수행하려는 전략의 MDD가 40%여도 갱신의 가능성은 열어둬야합니다. 문제는 MDD가 크고, 내가 MDD를 견딜 수 있다 없다 보다, 여차하면 투자 자산이 제로(0)로 수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WT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것도 주식시장 역사상 처음이었고, MDD는 계속 갱신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자산군에 분산투자를 계속 주장하는 이유도,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금을 줄이라는 or 분산투자 하라는 의견이 현실적인 이유는 전략의 MDD도 낮춰주지만, 이런 만일의 사태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MDD얘기를 하다 분산 투자로 마무리 짓는 기분이 듭니다. 자산 배분이 주식을 비롯해 투자할 수 있는 여러 자산에 투자금을 분배하는 개념으로만 알고 계셧었다면 시야가 좀 넓어지셨기를 바랍니다. 결국 자산 배분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금의 관리에 있습니다.
MDD를 견딜 수 있냐, 없냐를 넘어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때 나의 자산 중 몇 퍼센트가 날라 갈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됨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토대로, 돈을 어떻게 분배하고 어떻게 배팅할지, 배팅할 자산군의 수익률과 리스크는 얼마인지 계산해서 자금 관리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MDD를 줄이는 방법에 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이 포스팅이 투자에대한 Insight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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