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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Money Insight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by 투동자 황소장 2021. 5. 15.

EBS에서는 흥미로운 소재의 다큐를 많이 방영합니다. 예전에는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지만, 지금은 돈에 관심이 많아서 돈에 관한 다큐를 많이 찾아서 봅니다. 그중 제가 가장 많이 찾아보는 키워드는 가난입니다.

 

보통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법'에 관심이 많겠지만, 저는 '가난한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해서 관심이 좀 더 많았습니다. 물론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서 관심 없다기보다, 상대적으로 가난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그 이유는 가난해지는 법을 명확히 안다면,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부자가 되는 법을 안다고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가난해지는 법을 안다면 모두가 가난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가 되는 법은 돈을 쌓아야 되는 경우이고, 가난해지는 법은 돈이 깎이는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 쌓는 것보다 깎이는 걸 방지하는 법이 더 수월하고 먼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전 늘 방어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가 되려면 비옥한 토지가 있어야 됩니다. 내가 아무리 잘나고 튼튼한 묘목이라도, 토양이 비옥하지 않으면 크게 자라지 못합니다. 부자가 될 토양이란 내가 처한 환경입니다. 먼저 환경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쭉- 거지처럼 살다가 갑자기 억만장자가 되는 사례는 영화 같은 일이고, 극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동화처럼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저에게는 99.9%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가난해지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빈민가-사진
가난한-사람이-더-가난해지는-이유

 

가난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고시원, 쪽방촌, 일용직 같은 키워드로 이루어진 영상들이 검색이 됩니다. 

그런 영상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제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그분들의 삶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 가난하다는 이유 만으로 앞으로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도 나름 열심히 살아갑니다... 근데 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인간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주거환경

인간은 평생 소비를 하며 살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비되어야 하는 의, 식, 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저는 주거지를 꼽습니다. 먹는 거는 대충 라면만 먹어도 일단 버틸 수 있습니다. 한국은 식료품이 살인적으로 비싼 나라가 아닙니다. 그리고 인간은 다양한 음식과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당분간은'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헬스 트레이더들이 몇십 년간 고구마 닭가슴살, 양배추만 먹어도 잘사는 거 보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하지만 공간은 인간의 시간만큼 중요합니다. 하루만 길거리에서 잔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며칠을 씻지 못한다고 상상해보면 주거환경이 의, 식, 주 중에 왜 가장 중요한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주거 환경이 안정되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 정신적 스트레스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올바르고 생산적인 두뇌활동을 방해합니다.  

 

인간에게 육체만큼 중요한 게 정신입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는 이유는 뇌가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몇억을 날린 사람은 이미 잃은 것이 많아서 갑자기 몇천만 원을 따더라도 큰 감흥이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삶의 의욕도 안 생기는 그저 도파민에 중독된 망가진 뇌를 갖게 됩니다.

 

인간은 하루하루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가난은 불안정한 주거환경을 불러오고, 재정비할 기회를 박탈합니다. 그런 환경에 놓인 사람은 어떻게든 주거환경을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먹는 것이 장기간 부실해지고, 그 과정에서 건강에 무리가 오면 다시 병원비로 번 돈을 날립니다. 혹은 아픈 걸 참으면서 살아갑니다. 아픈 걸 참는데 사회생활이 잘될 리 없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이 이뤄집니다.  

 

돈이 있으면 같은 돈을 지불하고도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고시원에 한 달 숙박료는 30만 원 정도 혹은 그 이상입니다. 그럼 1년에 360만 원 정도는 숙박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정말 좁고, 방음도 안되고, 처참합니다. 현재 전세 대출 금리를 높게 잡아서 3% 라고 가정한다면 1억 2천만 원의 1년 이자(36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처참한 환경의 숙박료로 내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아래는 현재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입니다. 3%가 채 되지 않습니다.

 

2021년05월-전세자금대출-금리-정리표
2021년05월-전세자금대출금리

 

뒤집어서 생각한다면, 일 년에 360만 원을 기꺼이 지불할 능력이 된다면, 누군가의 1억 2천만 원을 내 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전세계약을 해야하니, 전세가의 30% 정도인 5천만 원 정도는 가지고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 돈 5천+ 빌린 돈 1억 2천, 총 1억 7천이면 지방 작은 아파트 전세, 혹은 서울 작은 빌라나 오피스텔 정도는 살 수 있는 돈일 것입니다.

 

한 달 동안 같은 30만 원을 지불하는데, 현재 돈이 조금있는사람과 없는 사람의 주거환경에 아주 큰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물론 전세금에는 내 돈 5천만 원의 기회비용도 포함되어있지만, 그냥 '내 돈 5천만원의 기회비용은 누군가의 1억 2천만 원을 3%의 이자를 주고 빌리는 용도로 전부 소진되었다.'라고 정의한다면 위의 계산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돈이 많을수록 유리하게끔 설계된 사회 시스템

부의 계단은 단계가 있으며, 천만 원, 이천만 원 모아가며 다음단계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천만 원 모을 때보다, 이천만 원 모을 때가 더 쉽고, 이천만원에서 사천만 원을 모을 때가 더 쉽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는 돈을 모으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급여가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단순히 통장에 찍힌 숫자가 커지는이 아니라, 모은 돈이 새로운 돈을 만들어 줄 기회가 계속 포착되기 때문입니다.

 

돈을 모으는 와중에 통장 이자는 계속 들어오며, 환경이 잘 정비되어있기 때문에 잡비가 덜 들어가게 됩니다. 주거환경이 열악해서 밥해먹기 힘들다면 외부 음식을 사 먹어야 하고, 씻기 힘들다면 목욕탕을 가야 하고, 바퀴벌레가 나온다면 바퀴벌레약을 사야 할 것입니다. 환경이 안좋을수록 더 많이 아프고 그로 인해 병원비도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이런 부가적인 소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에서 문제가 됩니다. 잘 정비된 주거환경은 부가적으로 나가는 소비를 줄여주고, 그렇게 아껴진 돈은 더 큰돈을 불러와 줍니다.  

 

그러다 일정액 이상을 모았을 때 모은 돈의 액수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보이게 됩니다. 단적인 예를 든다면 투자 같은 영역입니다. 천만 원을 모은 사람은 천만원을 배팅하기 힘들지만, 1억을 모은 사람은 천만 원은 쉽게 배팅할 수 있습니다. 기회에 노출되고 그 티켓을 거머쥘 확률이 높아진 겁니다. 

 

공모주 청약은 공모주 상장 시 90%~200%의 가격으로 시장에 상장됩니다. 인기 높은 공모주는 공모가에 2배의 시초가로 시장에 상장되니 다소 안정된 투자 수단입니다. 산술적으로 시초가에 판다면 잃으면 -10%, 따면 +2배니까 말입니다. 만약 5천만 원을 넣고, 10만 원짜리 주식 4주를 받았다면, 일주일 만에 40만원 정도를 벌게 됩니다. 40만 원은 5천만 원의 0.8% 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단순히 수치적으로만 본다면 5억의 잉여자금이 있는 사람은 400만 원을 벌었을 겁니다. 

 

그럼 5억의 잉여자금이 있는 사람은 일주일만에 1억 2천만 원에 1년 치 이자에 해당하는 돈을 번 것입니다. 그럼 돈을 또 빌릴 수도 있겠습니다. 1억 2천을 합친가격으로 또 공모주 청약을 성공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걸 수년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면...? 물론 단적인 예를 든 것뿐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돈이 돈을 불러오는 시스템은 부정할 수 없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입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처한 환경과 돈을 이용할 수 있는 힘이 제한적이라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은 기회에 노출될 확률이 명확하게 줄어들고, 미래를 준비할 의지를 박탈당합니다. 

 

단순히 '돈을 모아라. 소비를 줄여라.'라고 말하는 속뜻에는 이런 자본주의의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한것도 매우 단편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를 쌓는 원리이고,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가난이 더욱 무서운건, 이런 글을 읽거나, 부에 대해 고민할 여유조차 없다는 것일 겁니다. 여러분은 고민할 시간이 있는 환경에 처해있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런 환경에 처해있지 못하고 운 좋게 글을 읽었다면,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효과적으로 소비를 기록하고 자산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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